맞는 말이다.
재미없는 글이지만 소설도 써본다.
소설을 쓰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현실에서는 2~3가지의 인생을 살 수 없으니 가상으로라도 상상의 나래로
여러 다양한 삶 또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서다^^
아래는 예전에 끄적여 썼던 글인데 기록삼아 남겨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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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일거리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그가 맡은 부문은 '제 231 태양계 지구행성' 지역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생각외로 엄청 복잡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그는 뒤로 불규칙하게 길게 늘여져 있는 줄을 보고는 일어서서 줄 똑바로 서라고 크게 외치고는 '다음!' 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영혼의 일거리를 받았다.
"음.. 어쩔 수 없구만. 자네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인간으로 태어나야겠어. 그러니까 앞으로 1시간후에 이 서류를 들고 저쪽으로 가보게. 그러면 아마 어느 천막에서 태어나게 될걸세."
그 영혼은 불평스럽게 무엇을 중얼 중얼거리다가 그가 '다음!'이라고 외치며 무관심하게 다른 서류를 점검하자 그냥 멀뚱히 그를 빗겨져 어디론가 간다.
그렇다. 그는 '제 231 태양계 지구행성'으로 선정된 영혼들에게 최종 결정지를 내려주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심사 한마디에 모든 영혼들은 자기가 가야 할 길들을 찾아서 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는 단지 여기 '제 231 태양계 지구행성'만을 맡았을 뿐이다.
여러 다른 직원들은 이 곳 소울매니지먼트센터에서 각각의 영역을 맡아서 자신에게 할당된 영혼들을 각각의 목적지로 가도록 선정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어휴. 요즘엔 정말 일하기가 싫단 말야."
"왜 그래? 지구행성에 인간종족이면 얼마나 수월하냐."
"허허. 그것도 잠시 몇 천년 일이지. 요즘은 정말 영혼을 보낼 만한 데가 없단 말야."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아. 제 21 테이프론계 영역을 맡아봐. 다들 영혼들이 기겁을 한단 말야. 안 갈려고 서로 난리야. 난리."
옆의 동료와 얘기하는 것도 잠시 바로 다음 차례의 영혼이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음.. 자네는.. 어.. 좋은 데로 가게 되었군."
"예? 진짜입니까? 고맙습니다."
"음.. 먼저 인간으로 선정되었는데 영국지역에 음.. 부모들도 다 멋있고 아름답군. 허허. 자네. 여자로 태어날건데 정말 예쁘게 태어나겠어. 돈도 어느 정도 있는 집안이고.. 남자들 깨나 울리면서 살겠군. 잘 살아보게."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영혼이 기뻐 날뛰며 다른 곳으로 나가자 그는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모든 결정권을 진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이런 최상의 조건으로 지정된 영혼이 자신에게 감사하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같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행운은 모두에게 비추는 것은 아니었다.
간혹 가다가도 내가 말하기에도 정말 민망한 정말 나쁜 조건을 가져야 하는 영혼에게는 미안함이 먼저 앞섰다.
어깨를 축 늘여뜨린 그 영혼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무어라고 할 말이 없었다.
특히나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어머니를 여의게 되는 영혼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사적인 감정을 지웠다. 일에는 언제나 엄정함이 요구되는 것.
더군다나 각자 자신의 그런 나쁜 조건에 운명을 걸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리라고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뒤에서 우물쭈물하던 한 영혼을 향해 빨리 앞으로 다가오라고 크게 외쳤다.
"빨리 앞으로 와!"
"어.. 안녕하십니까."
"음.. 자네 자료를 함 보자. 음.. 허.. 정말 이거 미안하게 됐네."
"예? 이번에는.. 무슨.."
"거.. 잠시 14일정도만 여기 내려가 있다가 다시 오면 되거든. 그렇게 하게나."
"어딘데 그러는데요?"
"음.. 인간으로 태어날건데.. 엄마가 미혼모야. 고등학생인데. 이거.. 임신중절을 하게 될 거 같거든."
"예? 그럼 거기서 잠시 있다가 오라고요? 저번에는 제 2차 세계대전 시기에 걸려서 21살의 나이로 죽었지 않습니까?"
"내가 그랬나? 다음에는 괜찮은 데로 보내주지. 이번만 참아주게."
"흐.. 내가 내려가서 바로 가위질을 당한다면 그 둘을 가만 안 둘 겁니다."
"그러지는 말게. 잠시 웅크리고 있다가 오면 될걸세."
흐.. 정말 못할 짓이로군.
그는 요즘들어 더욱 제 231 태양계 지구행성영역의 일들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가 맡은 영역에서 새로 이 곳으로 송출되는 영혼들의 숫자가 계속적으로 증가한다고 상부로부터 많은 질책이 있었다.
그리고 제 231 태양계 지구행성은 지금 인간들의 엄청난 포화상태로 지역할당에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더군다나 그가 보내준 영혼들이 그 영역들을 엉망으로 망가뜨려서 그렇지 않아도 줄고 있는 행성의 수명을 엄청나게 단축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신물난다. 나도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할텐데 말인데.
"어이. 혹시 어디 좋은 데 없나? 나도 잠시 다른 데 살다가 오고 싶은데."
"은퇴할려고 그러나?"
"아니. 그냥 잠시 쉬고 싶어서 말야."
"안 그래도 말야. 요즘 '제 231 태양계 지구행성'에 대해서 위에서 말이 많아. 원래 주어진 운명의 시간보다 더욱 앞당겨서 '행성폐지작업'을 시행한다는 말도 있고 말야."
"어쩔 수 없지. 나도 이번 기회에 다른 영역을 맡거나 재고부서에 한 번 기웃거려봐야겠어."
"음.. 그것보다.. 제 11521 싸이트런계 레인종족으로 한번 살아보게나. 거 다들 부러워하는 그 곳 있잖아."
"그 곳? 거 웬만한 영혼들은 구경하기도 힘든 그 '신들의 파라다이스' 그 곳 말인가?"
"그래. 너는 뭐 경력도 남들보다 많겠다. 그 정도면 상부에 신청하면 보내줄거야."
"알았네."
그는 반복되는 일상속에 따분하게 영혼들 목적지나 선정하는 일에는 정말 신물이 났다.
그래서 그는 일이 끝나는대로 바로 '제 11521 싸이트런계 레인종족' 영역 센터로 가서는 신청서 1부를 요청하였다.
"어이. 왠일인가? 자네가 왠일로 이런 곳엘?"
역시 제 11521 싸이트런계 담당 직원답게 의자에 푹 편하게 기대어서 엄청 느긋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앞으로 오는 모든 영혼들도 모두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휴가 신청했는데 그냥 함 200년 정도 살다가 다시 올까 싶어서.. 신청하면 가능하겠지?"
"그럼. 당연하지. 물론입죠. 그럼 어떤 정도의 수준에 보내줄까?"
"우리의 친분을 생각해서 가장 최상으로 해줘." (웃음)
"걱정도 팔자려니. 여기 레인종족은 다들 행복해서 죽을 지경이야. 더 이상 좋은 곳도 없어. 그럼 즐거운 시간 되길 바라네."
"그래. 고맙네. 잘 있게나."
그는 몇 가지 준비물을 챙기고는 어느 정도 마음가짐을 다지고 기화통로로 향했다.
이미 앞에 한 영혼이 들어갔었는지 기화통로에는 하얀 연기가 엄청나게 흩트려져 있었다.
그가 기화통로에 들어가자마자 온몸을 휘감고 도는 기화통로의 연기로 인해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리고 세상을 무에서 유로 창조하는 한 줄기 강한 빛이 그의 머리 중앙으로 내려왔다.
어느 순간 그는 머리가 급속도로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그 찰라 바로 의식을 잃게 된다.
눈을 뜬 순간 주위에는 어둠만이 가득한 채로 오로지 맥박이 뛰는 것만을 느낀다.
너무도 어두워서 내 팔이 달렸는지, 아니 팔이 없이 발이 네 개가 달린 건지, 아님 그 무엇이 되었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단지 그는 그 곳이 너무도 편안하고 아늑한 곳이라는 것만을 느낄 수 있었다.
간간히 벽을 타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아마도 그건 '우리 아가 잘 자거라..' 하는 자장가의 목소리일 것이다.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이 곳이 바로 '신들의 파라다이스..' 11521 싸이트런계 행성.
이제 나는 제 11521 싸이트런계 레인종족으로 200년을 살다가 가는 것이다.
나에게 죽음은 없다. 인생은 잠시 쉬었다 가는 휴식처일 뿐.
사소한 것에도 고통받는 어리석은 영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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