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잃어버린 가방을 찾다.
"큰일났어! 큰일났어!"
"왜? 무슨 일인데 그래?"
"가방이 없어졌어. 분명 내가 도서관 의자에 두었는데 말야.
강의실에도 없고 도서관 어디에서 없어. 분명 도서관 의자에 걸친 거 같았는데 말야."
여자동기는 거의 울 지경이었다.
온통 사방엘 헤매고 다닌 듯 숨소리는 거칠었고 다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거의 자포자기한 듯 멍한 눈으로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해결책이란 더 이상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를 난 정말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이. 아가씨! 아가씨!"
"왜?"
"너 뭐하냐!"
"왜 그러는데?"
"니 등에 메고 있는 건 뭔데? 나하고 장난하는 거여?"
"어? 잠시만..."
그녀는 자기 등으로 손을 뻗더니 금방 환한 미소로 안면을 바꾸더니 연신 기쁜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와! 이제 드디어 내 가방을 찾았다! 고맙다. 정말 고마워!"
난 단지 그녀등에 매달린 가방만을 보았을 뿐이다.
그건 누구라도 금방 눈에 알아챌 수 있는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얼마나 웃긴 일인가. 가방을 메고 온 곳에서 가방을 찾으려 했으니..
사실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내가 꾸며낸 허구세계이자 엄청 어색하고 비이성적인 연출된 상황이다.
하지만 한가지 알아 둘 사실이 있다.
그 사실을 밝히기 위해 이제 다시 원고수정을 해보자.
그녀가 등에 맨 것은 가방이 아니라 그녀가 찾고자 했던 고민거리의 해결책이라고 하자.
이제 다시 얘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아니 우리는 자신의 등에 해결책을 달고 다닌다.
그리고는 항상 해결하지 못한 삶의 문제와 고민거리들로 어두침침한 한밤중의 불꺼진 유흥가를 온통 서성거리거나 헤매며 산다.
때로는 술에 의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일에 몰두함으로써 잃어버린 해결책을 잊고 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거리가 더욱 커질수록 그 끈은 더욱 조여지고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며 고통을 준다.
마치 바로 너의 등뒤에 내가 있으니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알려주듯이...
하지만 우린 그걸 깨닫지 못한다.
너무도 쉬운 해결책이 등뒤에 붙어서 어깨에 고통을 주면서 알려주는데도 단지 자신이 그 문제로 인해 겪게 되는 당연한 고통쯤으로 안다.
너무도 가까이에 있는 해결책을 잡지도 못한 채 분명 어딘가 멀리에 꼭꼭 숨어 있을 거라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난 원래 평소에도 해결책을 저 멀리 먼 곳, 숲 깊은 산, 맑은 물이 흐르는 어느 돌멩이밑 흙더미에서 찾곤 했었는걸요.. 라고 말한다.
결국 주변사람이나 어딘가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야 우리는 그들과의 오랜 대화나 혹은 우리 개개인만의 깊은 상념을 거친 후에 드디어 그 문제점의 해결점을 찾게 된다.
바로 너의 뒤에 있잖아! 라고 말이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금까지 등에 메고 있었다는 그 웃기지 않는 사실에 얼굴 붉혀 별로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문제가 풀렸기 때문에 그런 생각까지 미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우리는 등에 무엇이 있었는지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모조리 다 잊게 된다.
정말 거짓말처럼..
그리고 술집에서나 혹은 커피숍, 공터의자에서 친구 혹은 동료의 등에 메고 있는 해결책들을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며 손을 등쪽으로 내밀어 보라고 자신있게 말해준다.
"거기 있자나. 자식! 내가 보긴 훤히 보이는데? 그것도 모르냐?
그러니까 내가 하란대로 하면 니 고민거리는 금방 풀린다구.
쉽지? 담에도 뭐 안풀리는 거 있음 물어봐. 다 말해줄게."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이제 한결 기분이 풀린다. 니가 하란대로 해볼게.
역시 넌 고민 해결사야!"
우리는 친구의 고마워하는 말에 의기양양해져서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러다 갑자기 어깨에 통증이 오는 걸 느낀다.
요즘 점점 커지고 있는 그 문제 때문에 생긴 고통이라고 어렴풋이 추측한다.
그 문제 때문이군. 휴...
어떻게 해야 제발 처음으로 돌릴 수가 있을지..
아니.. 괜찮아. 괜찮아. 모두 다 잘 풀릴거야.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등에 커다란 해결책을 가득 맨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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