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지금 거하게 술을 먹었음이 분명하다.
내가 지금 먹고 있는 오징어가 부드러운 솜사탕처럼 느껴지는 걸 보니 정말 난 술을 거하게 먹었음이 틀림없다.
조금 있으니 누군가가 병에 물을 따르고는 나에게 먹으라고 내민다. 난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냥 내가 아는 사람일 거라는 안심만 든다.
내가 그 물을 마시니 또 다시 난 더욱 거해진다.
필히 그건 물이 아니라 소주임에 분명하다... Distilled Liquor..
맥주를 시켜서 오징어가 나온 줄 알았는데 누군가가 소주를 시켰는가 보다.
그런데도 별로 반응이 없다. 이미 난 물이 오른 오징어처럼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술집에서 일하는 학생이 와서 무어라고 그런다.
난 이미 횡설수설해서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른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말소리가 너무 커서 소리를 줄여달라고 한다.
난 ''그래? 그럼 그러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난 고개를 푹 숙인채 아까부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멍히 아까부터 계속 그 오징어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입술이 차갑다. 누군가가 나에게 술을 먹이는가 보다. 아니, 그 팔은 내 팔이었다. 난 가만히 있는데 팔이 내게 술을 먹인다. 아니, 내가 팔에게 술을 먹였다.
조금 더 있으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응어리가 터져 나올 거 같다.
한번도 생각지도 않았던 응어리가 나올 거 같다. 술기운이 돌구나.. 하고 화장실을 가려는 순간 난 그게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오바이트가 아니라 가슴속 깊이 묻혀 있었던 응어리...
중얼중얼.. 아까부터 계속 ''응어리.. 응어리..''만 중얼거린다고 한다. 시끄럽다고 그만 하라고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를 응어리는 그걸 말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징어가 날 덮쳤다. 날 하나도 알지 못하는 오징어가 날 덮친 데 대해 나는 격분해 있었다. 목에 걸린 오징어 때문에 컥컥 대며 헛기침을 해댔다. 컥컥..
컥컥컥... 그 순간 그 목에 걸린 오징어 대신 응어리가 쏟구쳐 나왔다.
한순간에 응어리가 내 한없이 풀어진 두 눈을 통해 쏟구쳐 나왔다. 주루륵 흐르는 눈물을 그냥 관망한 채 천장을 응시했다. 눈물은 계속 되었다. 멈추지 않았다.
난 내 귀로 듣는다.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말을 하는 것을...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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