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 그 옛날 어느 해 겨울 동아리 동계MT때로 기억된다.
사람들은 의외로 옛얘기를 싫어한다. 마치 지나간 군대얘기하듯...
하지만 과거는 그립기에 아름답다는 걸 아는지...

 

동계MT로 만난 그 자리에서 어느덧 모든 일정은 끝나가고 마지막 아쉬움의 밤이 찾아왔다.

모두들 동양화 놀이(화투)에 팔려 정신이 혼미해 있을 즈음 동아리 대선배는 술자리의 술안주를 위해 홀로 젓가락으로 고기를 굽고 있었다.

모든 것은 아무 이상없이 잘 돌아가고 있었고 몇 시간만 있으면 동아리 동계MT는 저 먼 추억으로 잠길 운명이었다.

그 즈음 홀로 고기를 굽고 있던 대선배는 불현듯 고개를 떨구며 눈가에 한숨을 맺으며 이런 말을 하였다.

  "이 젓가락을 뒤이을 사람이 없구나......"

아무도 듣지 못한, 누가 이 동아리를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앞으로의 동아리의 미래를 염려한, 작고 희미한 목소리로 내뱉은 말이었다.

 

순간, 그것은 순간이었다.
그 누구도 그 뒤에 파생되어질 충격을 예상치 못했다.

 

옆에서 고기를 다지고 있던 한 여후배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며 '오빠 미워!'하며 한 손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리고 밖으로 뛰쳐나간 것이었다. 정말 순간이었다.

그 대선배는 오빠가 밉다는 여후배의 말에 순간 당황하였지만 그녀의 가슴에 아픔을 준 그 자신이 미워서, 그렇게 만든 그 모든 게 싫어서 눈을 꾹 감은 채 고개를 들었다.

눈가에 고였던 눈물이 고개를 들자 양 볼을 타고 길다랗게 흘러 내렸다.
오열하고 싶었다. 그 모든 게 꿈이길 바랬다. 나만 외로이 여기에 던져진 것 같았다.

 

또다시 한 차례 눈물이 흐르고 부르짖음이 목구멍에서 토해나올 즈음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이가 있었다.

  "선배님. 제가 있잖습니까."

대선배가 고개를 돌려 보자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그 사람은 얼굴에 온통 눈물을 흘려놓으며 울먹거림으로 턱이 떨려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동양화 놀이를 하던 후배였다.

 

바로 그 뒤를 이어 함께 동양화를 즐겼던 그 무리들 마저 하나, 둘씩 일어서서 대선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걱정마십..시오. 왜 그런 걱정을 하.흑...."

미처 말을 끝내지 못하고 돌아서서 손목으로, 터져버린 눈물샘을 닦았다.

사실 그들은 대선배의 그 말을 들은 후, 한 손으로 점수를 계산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흘러져 내려오는 눈물을 다른 한 손으로 닦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몇이 울먹이자 놀이는 중단되고 돌아서서 대선배에게 달려 갔던 것이었다.

 

그런 후배들의 마음씀씀이에 고마워서 대선배는 또 한번 눈물을 지었지만 그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다짐을 하며 말을 하였다.

  "괜찮다. 난 이 동아리를 위해 태어난 것이다. 내가 지금 죽더라도 동아리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다시 나타날 것이다."
  "선배님!!!"

동양화를 즐겼던 무리들은 바지가 눈물로 얼룩지는 줄도 모르고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눈물을 흘리며 대선배의 품에 안겼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컵차기에 열중하던 무리들도 신발을 벗어 던지며 뛰어와서 안기며 이 감격된 순간을 울음으로 함께 하였다.

  "멋모르던 막내가 자판기에서 커피만 빼먹지 않았어도 함께 했을 것을... 흐흐흑....."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도 눈물을 지으며 그 모습을 지켜 보았다.

 

  "자. 후배들아. 울음 그만 그치며 함께 지켜 나가자!"

함께 울었던 많은 사람들이 눈가를 닦으며 울음을 멈추고 울먹거림을 가다듬고는 어색하면서도 의지가 담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예!!"

모두 한 팔을 높이 들어 힘껏 외쳤다. 여전히 얼굴은 눈물자욱이 남은 채로...

이 아름다운 순간을 지켜보던 동네 주민들이 눈물을 닦으며 박수를 쳐주었다.
그리곤 '파이팅!! 힘내세요!!'하며 외쳐주는 것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향토발전의 역군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다짐과 웃음으로 답해 주었다.

 

그 날 9시.. 오빠가 밉다며 울먹이며 나갔던 그 여후배는 다시 숙소로 눈가에 눈물이 말라 자욱만 남은 채로 무슨 다짐을 한 듯 그 작은 손을 꼭 주먹쥐고서 돌아왔다.

우리는 말없이 그 여후배를 안아주며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그녀는 말했다.

  "이제야 무언지 알겠어요. 이 동아리를 위해서 제가 무엇을 해야 할 지..."

 그 날 밤 각자 사람들은 누가 먼저 말을 꺼낼 것도 없이 모여선 동기 회의를 열었다.

지금까지 회비 한 번도 안 냈었다며 고백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느랴 제대로 참석을 못했다며 자신의 장학금을 내놓겠다고 선뜻 흰 봉투를 내미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자리를 가짐으로 그 모든 걸 용서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우리 동아리는 우리 기수가 지켜 내겠다고!!!

 

 그렇게 동계MT의 마지막밤은 미래에 대한 다짐과 열망과 환희로 끝을 맺었으며 그 모든 건 지금 전설로 남아 있다. 80년대 겨울인지 90년대인지도 모르는 가물가물한 기억으로...


 

 

           
[저자의 언(言)...]


여기서의 화자(話者)의 설정은 정확치가 않다. 저자는 단지 구술로 인한 옮김을 할 뿐이었음으로 '정확한 옮김'을 한 건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리라.
이 글을 실소(失笑)와 허소(虛疎)로 대했든 무관심이었든 상관이 없다.
현실은 충분히, 존재하는 진실됨을 왜곡하였으며 농담과 가벼움으로 가변일도를 달리는 기차와도 같다. 물론 나 또한 현실에 충실코자 그 기차와 한 길을 탈 것이나 왠지 따스함이 사라진 장난스러움만이 남겨진 것에 잠시 한탄하며 다시 나 또한 가벼워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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