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오색연한빛깔의 예쁘장한 그 사람의 풍선

난 그 풍선을 쥐고 있다.

그것은 마치 비 내린 오후의 하얀 안개처럼

혹은 이제 막 새벽을 여는 스믈건한 햇살의 어스름처럼

뭐라 칭할 수 없는 그 무엇.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더더욱 그 풍선을 잡고 있는지 모르지.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 그 하나의 풍선은

내게 오색연한빛깔의 여림과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나에게 혹하듯 아니면 혹하지 않듯 그 무엇도 아닌 듯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들판의 나른한 오후처럼

아지랑이 피는 동산의 나긋한 풍성함처럼

은근하지만 그러나 은근하지 않는 그 미묘한 느낌으로

더더욱 풍선을 가슴께로 쥐도록 하지.

 


하지만 난 왜 그걸 몰랐을까.

그 풍선은 계속 오르기만 한다는 걸

그 풍선은 벌써 나 아닌 다른 공기를 머금은 걸

아니 다른 공기일지 아님 아무 것도 아닐 진 몰라도

단지 내가 아는 건

그 풍선은 계속 오르려고만 한다는 걸

 


하지만 내겐 오색연한빛깔의 여림과 아름다움을 보여주잖아.

그건 아니

그건 아니

내가 그 풍선의 끈을 잡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지.

내가 계속 또 계속 그 풍선의 끈을 잡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지.

하늘높이 오르려고만 하는 그 풍선의 끈을

바로 내가 잡고 있기 때문에

내게 그 오색연한빛깔의 여림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지.

내 가슴께로 끌어당긴

나의, 너를 위한 그 애절함과 그 사연절절함에

그 오색연한빛깔의 여림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지.

내가 한없이 올라가려는 풍선의 그 끈을 잡고 있기 때문에..

 

 

 

혹 하는 마음에

손가락을 하나, 둘 편다.

새끼손가락부터 중지까지

또 중지에서 검지까지

마지막 하나. 엄지손가락을

그 엄지손가락을

살며시 살며시 열어

 


놓아본다.

 

 

 

내게 오색연한빛깔의 여림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그 풍선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듯 마치 편한 익숙함에 절여 있듯

내 손 주위에 계속 머물러 있다가

그만 위로 떠나간다.

 


이제 그 사람이 간절히도 가려하던

그 누군가의 마음의 하늘로 올라간다.

 


다섯 손가락을 편 이유를 난 안다.

지금까지 내게 보여준 그 오색연한빛깔은

내가 지리멸렬토록 놓지 않으려 했던

나만의 착각이란 걸

나만의 애절함임을..

그리고..

 


바로 이렇게 다섯 손가락을 펴서 손 흔들어 이별인사를 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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