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채피
내용 : 이 로봇은 사람과 비슷할까, 비슷하지 않을까~
평점 : ★★★★
디스트릭트9의 감독 ‘닐 블롬캠프‘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나의 기대는 저버렸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본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로봇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서는 근사한 액션이라도 펼칠 거 같았는데
웬걸.. 드라마를 찍고 있으니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여전히 이 감독은, 그런 불만은 쉽게 무시하고, 뻔하게 나오는 로봇의 활약상을 완전히 비틀어 버린다.
건들 건들거리면서 사람들을 위협해서 비싼 차나 훔치는 로봇이라니....
그가 감독한 이전 영화 ‘디스트릭트9’에서도 그러하다.
어찌 최첨된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들이 특정 난민 수용소에 격리되어서, 이제는 그곳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하는 장면을 그려내는지..
사람들이 당연히 생각해오던 그런 고정관념을 바로 깨버리고 그 속에 신선함을 심어버린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겪는 여러 상황에서
우리가 당연히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숙지하고 있을거라 예상하는 어른의 로봇이 아닌,
이제 갓 태어난 아기처럼 세상의 노출된 정보들에 힘들게 적응해가는 아기 그 자체의 로봇을 그려낸다.
인상적인 장면을 든다면 아래와 같다.
경찰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 로봇이 던진 무기를 맞고서 잠들었을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경찰이 부상을 입고 고통스러워하자 로봇은 잠든 게 아니었냐고 되묻는다.
주변 사람들이 로봇에게 속여왔던, 잠을 재우는 것 뿐이라고 하던 그 공격행위가 거짓말인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알고 있었고, 굳건히 알고 있는 그 신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본인이 알고 있는 세상은 결국 주변 몇몇 사람들과 한정된 미디어에 의해 꾸며진 거짓으로 완성된 세상이었다.
백지상태인 아기가 세상과 맞부딪히면서 여러 정보들을 수용하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본인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과정이
바로 채피라는 로봇이 겪는 과정과 동일하다.
너무도 빨리 흡수해가며 학습자의 성향대로 성장하는 채피를 보면서 어쩌면 진정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저렇게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왜 그런 생각을 못했던가! 하며 탄성을 지르게 된다.
역시 감독의 사고방식은 일반인의 사고방식과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뭐, 물론 각본을 만드는 사람 아이디어일 수도 있고..
또한 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다른 특징으로, 악한 사람(악인)에 대한 규정이 애매함을 들 수 있다.
분명히 악하다고 판단된 사람들인데 채피를 아기 키우듯 챙겨주기도 하고(여성 주인공), 때론 우리가 그들(악인)을 불쌍하다고 여기는
상황까지도 연출되는 걸 보면 선 또는 악이라고 규정하던 이분법에서 감독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고 본다.
결국 이분법에 익숙해있던, 또한 그런 영화들에 익숙했던 구조에서 탈피하여 언제든지 사람들은 환경에 의해 나빠질 수도 있고,
또 그런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은 영화 스토리상 스포일 가능성이 있어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아래 부분은 패스하고 넘겨서 보길 바라는 내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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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피가 개발자를 살리기 위해서 하는 행동으로
개발자의, 인간 내부의 기억 및 행동 정보 및 뉴런의 특징을 복사, 이동시켜서 다른 기계에 이전하는 과정을 보며,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또한 염색체 정보에 의거 특정 나이대에 맞게 변화하고 대응하는 정보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기계에 인간 내부의 기억 및 행동 정보 및 뉴런의 특징을 복사하여 인간화시킨다면, 그것은 자신 스스로를 인간화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영화상에서는 그를 로봇으로 이전시켜서 끝까지 살려냈다고 하지만, 그건 정말 살려낸 것인지 의문이 든다.
자신을 개발자 그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의 그 많은 정보 및 개발자 고유의 기억, 개성, 행동양상들을 디지털화하여 데이터로 공급한다면 결국 세상에는 수천, 수만의 동일한 기억을 갖고 있는 개발자가 만들어 질 수 있다.
스스로가 나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그 개발자들이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된다면 그 충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의 정보에 의해 자신들이 바로 그 유일한 그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추후에 이 부분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서 영화화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수많은 나를 마지막에 알게 되는 반전 스토리 ㅎㅎ
물론 이 영화의 오점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신선했던 스토리를 마지막에서 물 흐리듯 혼탁하게 하면서 아쉬움을 자아내게 한다.
개발자를 기계로 대체화 한 것은 괜찮은 컨셉이었으나, 자칭 엄마라 불리우는, 죽은 여자 주인공까지 살려내면서 마무리 짓는 것은
너무도 많이 보아 왔던 스토리의 하나라 아쉬움을 자아낸다.
개발자까지만 살려내는 것으로 마무리 짓자. 그 이상의 살려냄은 너무 억지스러운 욕심일 다름이다.
차라리 여자 주인공이 묻힌 묘지에 채피가 서 있고, 분노에 의해서 죽은 힘없는 엄마를 위해서 자신과 동일한 채피를 재생산하여
단체화하여 힘을 키우겠다고 하는 설정이 나을 지도 모른다.
채피가 네트워크를 장악하여 멈춰진 로봇 기계 설비를 재가동시키고 무한정으로 채피를 생산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줌아웃하며 끝내는 것은 어떨까.
채피를 하나로만 두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고 대량 생산을 통한 채피 이후의 세상을 그려보며 상상으로 관객에게 후의 스토리를 던지며
끝내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또한 뻔한 영화상의 마무리 스토리일 수 있으나, 엄마의 정보들을 기계로 이전하여 살려내고 마무리 짓는 것보다는
좀 더 낫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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